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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기억을 걷는 시간



대전역 뒤 천변 쪽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걸 좋아했어. 내가 모르는 길에 나를 던져두고 돌아다니는 것. 사실 대전바닥 커봤자 얼마나 클까 하면서, 큰 건물만 쫓으면 길 잃지는 않겠지 하고 돌아다닌 건데.

 

목련이며 벚꽃이며 매화는 져버린지 오래인 사월의 중순. 아직도 남아있는 목련 잎에 맘이 설렜어. 그만큼 볕이 드는 곳이 아니라는 거겠지. 담벼락 사이 피어있는 라일락을 지나며, 저 향기가 영원할 순 없을까 생각하고. 얼마나 기술이 발전해야 온전한 향을 담아낼 수 있을까. 또 생각을 하고.

 

시간이 느려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 내 욕심일까.













 노란 풍선을 들고 온 학생들을 보며 이제 16일이라며 말을 건넸다. 그러네. 16일이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주말인데 왜 비가와 라 말한 내 주둥이를 때렸어재작년 나는원래 텔레비전을 잘 안보는 편인데 그날따라 전원을 켜고 뉴스채널에 두었어반쯤 기울어진 배 위로 헬기들이 둥둥 떠다니고 전원구조라는 헤드라인이 굵게 나오면서 아 그렇구나 시큰둥하며 밥을 먹었는데그게 그게 아니었던 거지내가 그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가방에 노란 리본을 매달고 다니면서 보일 때 마다 기억하는 것. 그거면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