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조니 속이 좁아 터졌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 바로 나라고 말할 수 있겠지. 어제 은구랑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너무 철부지다. 나 지금 어쩌지. 스물 여섯이 한달 조금 더 남았어. 나는 뭘 해야하지 진짜 열심히 살고 싶은데 마냥 노는 건 아닌데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 모를 일이다.
친구의 글을 읽었어 이 무기력의 끝을 다잡기 위해서 정신과에 갔대. 나는 끝 없는 우울감에 시달리면서도 병원에 가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 글을 읽고 진지하게 생각해봤어. 내 삶을 생각하면 너무 슬프고 내가 불쌍해서 눈물이 나. 해야할 일을 미루고 당장을 살아내기 급급하면서도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귀찮아 죽을 지경. 자해나 자살충동은 없는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잠들기 어렵고 잠들어도 얕게 자니까 계속 깨. 완전히 내 증상들을 써 놓은 줄 알았어. 누구나 현대인 누구나 겪는 공통의 감정이라고 백날천날 말해봤자 공감이 안돼. 나는 내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워 죽겠는데 내가 다른 사람이 어떤지 알게 뭐야 시팔?
약을 먹으면 괜찮아진대. 한달을 먹으면 좋아질거래. 그런데 좋아진다는 게 뭐지. 어떤 식으로 좋아지게 되는거지? 더 활발하게 더 능동적으로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걸까. 눈에 보이지 않는 무기력이 약을 먹는다고 없던 것 처럼 사라질 수 있게 되는걸까. 내 친구는 또 그거 먹으면 안된다고 말을 해.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지금까진 세상에서 내가 제일로 불쌍한 사람인 줄 알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버텨왔는데 생각보다 나와 같은 삶을 살아낸 사람들이 많더라. 그리고 나보다 더 어렵게 살아낸 사람들도 있겠지. 근데 나는 이게 인정이 안 돼. 나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로 불쌍해. 그래서 결론이 안 나. 결론이라는 건 어떻게 낼 수 있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