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처음 가봤다.
노후에 요양병원 들어가려면 돈 많이 벌어야된다 말하는데 막상 가보니 나는. 내 마지막은 그런 곳에서 보내기 싫어졌다.
서울은 모두한테 너무 멀어 서산으로 가려고 했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우리가족 있는 곳으로 오는 게 낫지 않나 싶어 대전으로 모시고 왔다.
분당병원에서 몇군데 추천해준 곳 중에 아빠 회사랑 가까운 곳으로 골라서 갔는데 나는 그쪽에서 추천해줬다니까 시설이나 프로그램도 잘 되어있는 줄 알았지.. 뭐야.. 생각보다 더 별로였다.
간호사 선생님들이나 간병인분들 되게 잘 챙겨주시고 친절했지만 할머니는 재활이 먼저인데 그런 쪽에서 많이 실망했다. 나이롱 환자들도 많고 옆에는 치매환자들이 서로 싸우고 병실 밖 복도에선 고성이 오가고 몇 시간 있었는데 기가 다 빨려 힘들었다.
나쁘게 말하려는 게 아니라 아무튼 그렇다고,,, 앞으로 한달은 더 있어야하는데 보다 체계적인 곳으로 가는 게 낫지 않냐고 했지만 스물여덟 어린애 말을 누가 듣겠어 웅앵웅앵이다.
첫날에 할아버지랑 작은 아빠만 갔다구 할머니들이 울 할머니한테 말도 안 걸구 얕보고 따돌리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진짜 염병... 세상 사람사이 관계에 일흔이 넘어서까지 그런 걱정을 하면서 살아야 되는건지요.
둘째날 엄마가 바리바리 싸들고 가 할머니들한테 돌리고 어쩌구하고 나 어제 쉬는 날이어서 반나절은 있다가 왔다. 사실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주말에도 나가야하고 온전하게 쉴 수 있는 날이 하루밖에 안 되고. 나 몰아서 처리해야 할 일도 많고 해야될 것도 너무 많아서 괴롭다 괴롭다하며 반가운 마음으로 간 건 아니었다. 되게 못났지. 조금 어거지로 갔다고 해야 맞을건데 막상 가니까 금방 나올 수 없었다. 오렌지 한 봉지 사들고 가서 다 까버렸어. 까서 할머니들 식사마치구 나눠드리고 그랬다. 울 말머니를 무시해?! 쉬익! 이럼서. 그리고 있는 동안 할머니랑 이야기헸다. 그렇게 오랜시간 둘이서만 이야기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지만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말이나 떠들었다. 그러면서 나 자꾸 예전 생각이 나는거다. 동생이랑 할머니랑 민화투치고 맥심커피에 건빵 적셔먹던 초딩의 내가 생각이 났다. 그때 할머니는 뭐든지 척척 해내는 분이셨는데 지금은 너무너무 작아졌다. 그때는 그래도 가까웠는데 지금은 마음의 거리가 왜이렇게 멀어졌을까. 전화 하는 것도 의무적으로 그 번호 몇개 누르는 데 몇초나 걸린다고, 통화가 길어봤자 3분 4분 언저리인 걸 알면서도 나 너무 어려워했다. 이젠 오지 않아도 된다 하셨지만 갈거다. 갈건데 지금 밖에 나와있는 내 맘은 언제 또 다녀와야할까. 이런 생각이 든다. 못된손녀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