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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할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T의 전화번호를 학교에 수소문해서 알아냈다고. 자기가 전화해서 가사리 할머니라고 하니 대번에 끊어버리더라고. 그러니 지혜 네가 전화 해보라고. 사촌누난데 그래도 받지 않겠냐 하시는 거다. 내키지 않았지만 번호를 받아 전화를 걸었다. 컬러링이 한참 이어지다 끊어버렸는지 뚜욱뚜욱하는 소리만 남았다. 두 번 걸진 않았다. 누군지 모르고 으레 우리겠지 싶어 안 받은 걸 아니까. 그래도 몰라 문자를 남겼다. 나 지혜누난데 아빠 위독하다고. 어느 병원 어디에 있다고. 꼭 가보라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마음 가는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오랜만에 연락했는데 좋지 않은 소식이라 미안하다고. 남겼어. 사실 미안한 것도 없지. 나는 진심으로 그들끼리 잘 살기를 바랐으니까. 그 선택을 나는 너무 존중하고, 사실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을 해. 호적을 파서 나간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러며 할머니는 그래도 참고 살지라는 말을 하니까 내가 답답해 죽을 것 같은 거야. 모두가 잘못이었던 사람을 탓하는 게 아니라 고통 받고 있던 사람들을 비난하니까 나는 가만 듣고 있을 수도 없었어 너무 열받아서.


아무튼 의식이 없어서 언제까지 저렇게 둬야하냐는 말이 나왔어. 누구는 이제 병원비를 댈 수 없다 말하고. 사실 우리도 걱정이야. 지금을 살아내기도 벅찬데 이미 할머니 병원비로 너무 많은 지출이 있었고. 모르겠다. 나는 왜 돈을 많이 못 벌지라는 생각을 해. 사실 많이 벌었어도 선뜻 내어놓을 수 없었을 테지만.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두렵지도 않고. 그냥 덤덤하다라는 말로 내 맘을 표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