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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RE.



11년일까 12년일까. 아이패드 깨진 것, 백업 동기화 골치아픈 것. 찾아보는 것도 귀찮은 사람은 파일이란 파일은 모조리 클라우드에 넣어버리는 것. 4년동안 동기화 하면서 딱 한 번 날려먹고, 그 뒤로 파일이 2800장. 아이클라우드 애저녁에 다 밀어버리려고 맘만 먹었던 것. 지메일도 들어가고 어디도 들어가고 아웃룩이니 뭐니 들어가도 삭제가 안되는거라 2기가를 날로 먹은 것. 보낸메일함 정리하다가 예전 사진들 원본파일이 있어서 올려보는 것. 나 사진파일 3년동안 찍은 수백개 필름. 스캔파일이 들어있는 똥컴. 블루스크린 무한반복이라 눈물나는 것. 돈 모아서 하드라도 살려봐야지. 눈물나는 것. 에헤라...



이 길도 사라지구 오른쪽으로 건물이 들어섰지. 설빙이 있는 웨딩홀 건물, 엘지 서비스센터도 있구. 아, 오늘 한국비니루라고 적혀있는 곳도 가려고 했는데 힘들고 무겁고 길이 많이 바뀌어서 안 갔어. 남아 있을 지 없을 지 모르겠다. 다 사라지는 것. 계룡공고 뒤쪽으로도 다시 가봐야 하는데 멀어. 아파트는 졸라리 많고, 사람들은 다 그 성냥갑 안에 들어가서 산다니? 미분양중인 세대가 시상에 얼마나 많은데 짓고 짓고 또 지을까. 해도 내가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건. 그 분양권때문에 울고 웃었을 사람들도 있었을거구, 생존에. 생활에. 1도 모르면서 멋대로 생각하고 말하면 안되는거자나. 그치. 이전에 그 동네 돌면서 사진찍던 나를 향해 물어오던 할머니가 생각이 나. 왜 찍어? 여기 재개발된대? 하며. 나는 모른다고, 아니라고 했지만. 네, 할머니 곧 될 것 같네요. 원도심 싹 밀어버릴 모양이던데. 그 신도극장마저 무너지고. 지금은 짓고 있는 중이니까. 솔직히 난 그 건물을 살려둘 줄 알았는데, 외관이라도 살릴 줄 알았는데 역시나 나는 세상물정 모르는 애송이. 나는 그냥 그게 좋았어. 조금은 벗겨진 페인트 칠이나 비 맞아 들뜬 나뭇결, 어긋난 슬레이트와 담벼락 사이 피어난 꽃이나 시멘트 뚫고 자란 나무들이.


안도르 뒤쪽으로, 옆쪽으로. 몇 년만에 그 건물 사이로 들어갔어. 다 쓰러져 가는 집. 와중에 빛이 들어와 있더라구, 멀끔한 사람이 나오면서 자물쇠 채우는 걸 봤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했게? 어줍잖은 동정? 나는 그런 걸 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고.


지랄맞다. 대전의 홍대니 뭐니 예술의 거리라고 나불대던 대흥동도 다 죽었어. 난 네스트가 왜 없어졌을까. 하면서 너무 아쉬운 마음에 이전에 트위터가 있던 걸 떠올리곤 팔로우를 했는데 비활성계정이라 말았지. 난 이사간 줄 알았는데 시팔 세를 넘나 받아먹어서 유지를 할 수 없었다니 이게 뭐냐. 내가. 홍차를 처음으로 마신 곳, 드립커피를 처음으로 마신 곳, 처음 먹어보는 핫초코, 샹그리아....  내가 온 몸으로 우울함을 뿜어대며. 생각을 해야해. 글을 써야해. 하면서 들렀던 곳. 자기위안을 했던 곳. 어디고 들어가서 사람 많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서 마음 놓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뭔 1도 맘에 안 드는 곳으로 바뀐 것. 그럼 나는 어딜가지? 요상한 집? 모모제인? 이데? 1도 흥이 안나는 것. 일리커피였던 곳도 라바짜로 바뀌구. 동네카페지만 동네카페 아닌 곳이 좋았어. 근데 이러면은 동네카페가 낫네. 다 수선스러. 그럴거면 백화점 안에 있는 별다방에 가서 맘들이랑 호호하지. 우울하다. 엉덩이 비빌 곳이 사라졌따구...뱉고보니 감정이 격한 것. 말이 너무 험한 것.


격정의 11월.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고백할 11월. 스타벅스 겨울 음료가 나오고, 누구보다 빠르게 울려퍼지는 캐롤이 몸과 맘을 축축하게 해. 그리고 나는 점점 노잼인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서. 말하면서 아 재미없어 재미없어 이런 생각부터 하게 되는거라.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