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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절대

나의 가을은 너의 겨울보다 춥다.



전화가 왔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으면 무음으로 두고 받지 않았을 텐데, 타이밍이라는 건 언제나 절묘하다. 울리는 걸 보고도 받지 않을 만큼 못된년은 아니라 받았지만 맘이 편치 않았다.

맘이 안 좋았지 하고 말하는데 그 말을 꺼내는 당신의 마음이 더 안 좋았을 걸 안다. 나에게 걸었던 기대도 컸고, 실패다 하는 것도 우습지만 지금까진 아둥바둥 해내는 모습만 보여드렸던 터라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내가 초라하고, 뭐그런거다. 깜냥도 안되는게 괜히 덤볐나 싶은거다. 자의식 과잉으로 그동안 나를 다그치고 있던 건 아닌가 하고. 

가을과 겨울의 사이에. 그 경계에 내 마음은 조각이 난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걸었을 전화한통에 나도, 당신의 마음도 부서졌다. 울지 않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건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말 때문이었다. 나도 안다, 악이지만 그가 절대 악은 아니란 걸 알고있다. 어렸을 적엔 마냥 싫다고 발버둥쳤다면, 이제서야 그 당시 당신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외톨이로 혼자서 힘겨워했을 모습을 생각해보면 가엾다. 나만 힘들지 않았구나. 당신도 힘들었구나. 우리 모두 힘들었구나 하면서. 그래도, 모든 것을 용서할 순 없는거다.



훗날 내가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곤 했다. 진이 빠질 정도로 시달린 후엔 내가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을거다 독한 말을 지껄였는데 지금은 왜 그때 그 마음을 알 수 없었을까 위로 한마디를 해주지 않았을까 하면서 울 것 같다. 지금 이 관계를 나 꼬맹이때로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잘하면 되는건데 이다지도 간단하고 명료한데 그러질 못하고 병신처럼 나가떨어지기만 하니까 내가 나한테 두손 두발 다 든거다. 포기 아니면 체념 나는 할 수 없다와 같은 무기력함에 휩쓸여 찌질하게 찌랭이마냥 지내고 있는ㄱㅓ다. 당장은 비슷하겠지만 조금만있어도 그 간극은 더 커질 것이란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