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의 믹스테이프는 왜 방탄블로그에 올라오지 않는 걸까? 방찬소년단 슈가가 아닌 아가스트 디의 이름으로 나온 앨범이기 떄문일까. 그리고 글을 쓴다 나불댄지 두달이 지났는데 이렇게 한심할 수 없는거다.
엊그제 비오는 날, 투명우산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번져 스미는 신호등 불빛이 윤기 FIrst Love이랑 어우러져 개짱이었어. 흘려들었을 땐 흠.아쉬운데 했는데 가사를 곱씹어야지. 가사를 지혜야.
그대의 창조와 삶의 끝에 함께하리
그대의 자리가 어딜지라도 관대하리
결국 시련의 끝에 만개하리
시작은 미약할지언정 끝은 창대하리
나의 탄생 그리고 내 삶의 끝
그 모든 걸 지켜본 너일테니까
내 기억의 구석
한 켠에 자리갑은 갈색 piano
우리집에도 갈색 피아노가 있어. 외할머니가 마늘 팔아 사주셨던 피아노가 있어. 예전에 이사를 가면서 도저히 둘 곳이 없는거라 엄마가 다니는 교회에 두었고, 피아노를 사기엔 부담이 되었던 친구의 집으로 가. 그 친구가 오랜시간 쓰고. 그리고 우리다 이사를 가게 됐을 때 다시 가져왔어. 옮기는 비용이 15만원이었던 건 아직도 기억이 나. 조율을 하면서, 띵동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엄마가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을 해봤어. 할머니가 주신 마지막 선물이니까.
그때, 조율기사님의 투박한 손으로 쳤던 곡이 너무 좋은거라 나 방에서 몰래 동영상을 찍었는데 동기화 되면서 날아갔는지 모를 일이다. 여기저기를 거쳐다니느라 쪽이 나가고 못생겨졌는데 팔면 똥값이래서 웃어 넘기고 말았지만, 사실 얼마나 값을 잘 치뤄받을 수 있더라도 팔지 않았을거야. 암튼 내 기억의 갈색피아노는 여기까지. 아니!
우리집 갈색 피아노 위에 있던 예쁜 컵 모양의 라이터를 다섯 살의 지혜가 만지다가 앞머리를 홀랑 태워먹어 아직도 머리가 안난다는 이야기가 정말로 끝이다.
피아노도 남들 배우는 만큼 배웠고, 바이올린도 굉장히 오랜시간 배웠고 기타를 쳐 생겼던 굳은 살도 그냥 다 사라졌어.
나한테 애착이 가는 건 바이올린일까. 7살에 시작해서 5학년때까지는 했으니까. 1/4에서 1/2로 바꾸면서 나 혼자 가는 하교길이 싫어서 그만두었다는 게 너무 아쉬울 뿐이다. 왜 그랬니 지혜야. 살때는 굉장히 비싸게 샀는데 30만원이 넘었는데 홍명상가 악기점에 3만원에 팔아버렸어. 그거 팔아서 뭐했게. 지금은 없어진 은행동 피자헛가서 피자사먹었지. ㅎㅅㅎ. 진짜 얼탱무다 지혜야..또라이니..
아니 그래서
우리집도 갈색 피아노야.
노래를 듣다가 가사를 곱씹으니까 그래.
세상 대단한 게 본인 주변의 어떤 것이라도, 사소한 것이건 아니건 의미를 부여하고 그걸 글로 풀어낸다는 게 대멋짐인 것 같아서 희희. 내가 우리 윤기 많이 응원해. 나도 팬싸가서 이만큼 잘해주고 있다고 이만큼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