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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고슴도치를 붙잡은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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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가서 장갑이랑 코듀로이 카키남방 샀다. 이 날은 뭐 샀다 샀다만 적혀있다. 월급날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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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먹기만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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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보험금 들어왔어. 리퍼를 받았나봐. 화요일에 할리스에서 전화를 해보니 부품이 있대. 그래서 알게씀하고 서울가야겠다 생각을 함. 시발 볼수록 화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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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분 무궁화 용산

배터리팩 삼만팔천 접안고무 두 개해서 만원 필터 만원 곰팡이 이만원 스트랩 이만원

35미리 nikkor mf 이때 21만원이었어.

 

마감하고 3시간 자고 일어나서 지갑까지 놓고 왔으니 매장으로 다시 돌아가 버스타고 기차타고 미세먼지 속세서 걸어다님. 안지혜 촌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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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까무라칠 지경. 진짜 너무 아팠어. 근데 진짜 병신같은 건 내가 그렇게 아프면서 같이 있을 게 염려됐다는 거, 디져 지혜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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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벗는 편이 내 취향.

남자새끼들이 오빠소리에 목 매는 거 왜인지 알겠다. 귀여운 놈이 누나누나 해주니 얼마나 조아? 우쭈쭈다. 세상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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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cj아저씨는 문 열고 던져놓는 것에 재미들렸나 봄. 막 대문을 걷어차고 던져주셔요^-%.... 시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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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희언니랑 선희기사님 만나서 로보쿡, 미희언니 리액션은 보고 배워야 함. 스윗해..

나는 조금 대충 살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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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 다이어리 받아서 고슴도치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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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론 루이지퍼지갑 157,500

 

1210일로 돌아가

그냥 뒤져야대... 미친놈아... 아 이런 미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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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횡설수설이다. 껄껄 웃었지만 또 한숨이 나서. 푹푹 쉼. 뭐냐면 저 친구 군대갔다오면 소개시켜주냬 그래서 필요 없다구 함. 멀쩡한 스티커를 왜 손등에 붙여 시팔..싯팔..

 

남녀 간의 사랑은 영구적 선이 아니라 한시적인 정열이다. 언제나 식을 수 있고 상대의 마음을 충분히 외면 가능한 정열, 그런 의미로 사랑은 자비롭지 못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사랑이 부디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자비롭길 바란다. 이는 모두가 저지르는 어리석은 것. 그래서 결국엔 어리석달 수도 없는 그런 눈물겨운 것,

 

옳다고 믿는 싸움에선 진 적이 없는 난데 나의 불행은 나보다 훨씬 강하거나 아니면 내 행복에 명분이 없거나 전망과 기약 없는 지리멸렬한 전투의 계속.

 

구석구석까지 서늘한 사람이고자 혹은 뜨거운 존재이고자 그토록 힘겹게 스스로를 몰아갔는데 결국 나는 녹지도 얼지도 못한 이방의 물질이 되어버렸다. 십이월의 이파리가 미련으로 간신히 매달렸던 그 추한 이파리가. 느끼하게 질척이는 내 점액 위를 낙하점으로 택했다. 계절을 모르는 그 더러운 낙엽을 삼키며 나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느끼하지도 않아.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무엇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돌아서며 그 마음을 또 뒤집어본다.

 

세상에 이 선생님은 진짜... 필력이 주금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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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벗고 머리띠를 썼다. 딸랑이 아니고 달랑거리는 산타가 아주 마음에 들었음.

내가 얼마만큼 좋아한다구 해야지 그냥 너 좋아해 그렇게 말해야 알아듣나. 이게 무슨 개똥같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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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스크림 왜 뻇어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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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자꾸 스치구 옆으로 붙어 두근. 눈을 마주치구. 내가 말하면은 계속 나를 봐. 왜 먹여줘. 왜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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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엄청 왔다. 눈이 정말 많이 왔다. 나를 졸졸 따라다니고. 왜 전엔 밝았는데 밝지않냐구 하면 밝은 척 했나 그러는거, 뒤로 쥔 손에 내 손을 넣고 싶었어. 손끼리 닿았어. - 쓸었는데 움찔, 그야말로 나는 움찔. 고슴도치는 되게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는 밝은 아이인 것 같아서 더 좋은거야. 뭔가 서운했는데 엄마한테 장난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 결국에는. 내가 이만큼이나 좋아하고 있구나를 실감하게 되었고, 은행동가서 맛있는거 먹자구 했는데 나는 아니라구 했어. 눈이 너무 많이 왔거든. 네가 또 좋았어. 내일봐요 하는 네 목소리도 좋았고.

우리아들 우리아들 하는데 우리 엄마가 준범이한테 아들 하는게 생각이 나서 외로웠어. 눈은 펑펑 내리는데 장관인데 나는 서러워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나 혼자 설레니까 내가 멍청이같고 그래서 너무 힘들다. 나는 항상 너를 보면서. 네 눈치를 보면서. 전전긍긍이야. 많이 좋아하니까 지는거라며 난 너를 너무 많이 좋아해서 너무 아파.

 

사장님이 오셔서 귤 잘 먹었다구 말씀드렸는데. 안그래도 언제 말하나 기다리고 있었대. 사장님은 너무 어려워. 사장님이라서 그렇지 뭐,

 

어깨에 손 올리지 마. 시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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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임.

사장님이 나를 가지고 장난을 쳐. 지혜는 좋아하는데 고슴도치는 자꾸 튕긴대. 난 그 소리 듣고 완전 자존심 상했어. 자꾸 나한테 어떠냐고 물어봐. 난 짜증이 나서 입을 다물고 있었어. 콩나물 집으로 옮기기 전에 고슴도치한테 일순위가 누구냐구 물었대. 나는 시팔 너무 서러워서 이 자리에서 마음을 먹었어. 이제 이 감정을 놓아야겠다고. 사장님이 고슴도치한테 심부름을 시키고 내 옆으로 와서 실실대. 난 보면서 웃지 말라고 하고 가게를 나오려는데 나를 못 나오게 막아 그래서 짜증났어. 돌아온 고슴도치랑 둘이 택시타구 같이 가래. 나는 황당해서 뭐야하고 있었고, 언니들이랑 간다구 먼저 보냈어. 사장님이 그제서야 말해. 내가 제일 좋다구 했대. 그중에서 그나마 나를 고른건지 진짜 나를 좋아하는건지 나랑 같이 일하니까 내가 제일 편해서 고른건지 시발 내가 알게 뭐야. 사람 기대하게만 만들고.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웃었어 시발. 뒤져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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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 한 숨 못자고 나갔어. 이 좋으면서도 더러운 기분은 뭐람. 자기 친구가 중국에 유학갔는데 스물 넷 과외선생님이랑 사귄다는 이야기를 해. 갑자기 그런 얘기를 왜 꺼냈지? 쥬얼리 니가 참 좋아 노래가 나와서 모두가 나를 보며 희롱했어..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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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랑 통화하면서 가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어. 나는 속상해서 눈물이 고였지. 마음을 먹었자나. 나는 내가 할 만큼 했어 고백만 안 했지 사귀자고만 안 했지 내 행동이 내 말이 내 시선이 눈빛이 다 했는데 뭘 더해. 남들도 다 아는 걸 모른다고 하는 게 더 웃겨.

크리스마스 선물 받았냐고 물어봐. 그래서 엄마한테 욕만 얻어먹었다구 농담했지. 근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면서 줬어. 나는 이제 설레지 않으려고 맘을 먹었는데 작정을 했는데 왜 또 그래. 얘가 왜 이러나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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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봤어. 내가 자꾸 못나보여.

 

매장에 사장님이 오셨어. 그래서 째려봤는데 지금 니가 날 째려본거냐고 해서 깨갱함. 사장님은 또 고슴도치랑 얘기해봤나며. 염병할 오작교같은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제발 꺼져줘.. 고슴도치한테 상처 받았구나 내가 이놈자식 때려줄게하며 그러셨다. 사장님도 매니저님도 빨간장갑을 낀 매니저님은 내 볼을 톡톡치며 힘내라고 말씀하셨구 졸지에 모두가 알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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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한테 관심이 갈 수 있냐며. 그랬더니 그렇대. 그치만 만약 자기가 생각했을 때 아니라고 한다면 똑같이 대할거라고 했어. 그게 최선일 것 같기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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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걸 알고있네 라는 말에 정이 뚝 떨어졌다. 가소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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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존댓말을 하길래 아 얘가 안하려나보다 했는데 작은 소리로 말을 걸어 그래서 완전 웃었는데 왜 웃냐고 물어. 어색해서 웃는다구 하니까 원래 처음엔 어색한거라며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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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하고 불 끄고 문 닫으면서 누나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코딱지만하게 작은 소리로 말을 해.

 

12월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