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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나는 모르겠다

일 끝나고 와서 너구리 먹으려고 물을 올렸다. 바글바글 끓어올라서 스프랑 면 넣었는데 밖에서 도어락 소리가 나는거다. 아빠 엄마 다 자고있고 쟤 군대에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긴장하면서 현관에 섰는데 눈 앞에 있는 건 동생이었다. 너무 놀라서 너 왜 여기있냐고 자고있던 아빠 엄마는 이게 무슨 소리냐고 일어났어. 

들어가서 적금도 할거구 근육도 만들거라고 가는 날 아침 악수하면서 건강하고 아프지말고 말하는데 아 조금은 단단해졌구나 싶어서 그런 줄만 알았지 마음이 그렇게 힘든지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는지 몰랐어.

얘 어쩌지 당장은 어쩌지 나중에는 어쩌지.

너 왜왔어 하니까 나가서 정신병원갔다가 재검받으라고 했다는 거야. 나 눈물이 펑펑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어 정말.

나는 얘 너무 나약하다고 마음이 단단하지 못 하다고. 다 힘들다고 하지만 아닌 척 하면서 살아간다고, 마음은 다잡을 수 있다고 내가 그러고 있지 않냐고 했는데 동생은 그마저도 안 됐던 거다.

일주일만에 전화온다고 해서 하루만 지나면 일주일 되니까 내일 언제쯤 전화올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그래도 적응하는구나 버티는구나 했는데 이렇게 돌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부대에 몇명이 같이 나왔다고 하는데 택시타고 나와서 서울에서 집까지 기차타고 왔다고 하는데 아니 무슨 애가 나갈거라고 말이라도 해줘야하는 것 아닌가.. 전화도 어떤 연락도 없이 애를 보낼 수가 있지.

핸드폰도 정지해서 엄마가 가지고 왔는데 그 먼 길을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들어오면서 집에 걸어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면 또 눈물이나.

 

거기서 매일 편지를 썼다는데 첫 편지는 오래 걸린다고 하니까. 주말에 적은 글이라며 엄마가 보여줬는데 보자마자 그냥 눈물이 떨어졌다. 여기 되게 신기하다고 컵라면도 주고 뭣도 주고 뭣도 주는데 너무 힘들다고. 핸드폰하고 싶고 노래듣고 싶고 엄마아빠누나 너무 보고싶다고 우리가족 화이팅이라고 적은걸 보는데 무슨 생각이 나겠냐고, 어휴

 

병원도 찾아봐야하고 재검은 어떻게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찾아보느라 하루 다 지나가고 울고 검색하고의 반복이다.

다시 가면 죽을 것 같다는데 공익 안 나오면 어쩌냐고 공익받아도 훈련소는 가야되는데 어쩌냐고 하는데 진짜 내가 다 돌아버릴 것 같아서 일주일동안 매일매일 울었다. 낮과 밤이 바뀌면 안 된다고 너 나 올때까지 안 자고 있으면 가만 안 둔다고 으름장을 놓고 심리학 코너에 있는 읽어볼만한 책들을 줘도 집중이 안 된다며 그냥 누워서 핸드폰만 봐. 내가 뭘 해줘야 할까 싶다가도 왜 나한테 이러냐고 내가 뭘 더 해야하냐고 진짜 죽을 것 같은 건 나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다가도 혹시 잘못될까봐 입을 다물고 또 울어.

 

친구한테 전화해서 물었어. 거기서 버티고 있는 애들도 있는데 지금 이렇게 나온게 나을 수 있다고 용기있는 거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아. 꾸역꾸역 참다가 나중일 생각하면 그것도 눈 앞이 깜깜한데, 지금 상태에서 다시 들어가게 된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니까. 애가 그냥 울어. 들어오면서 울고. 가만 앉아서 울고. 밥 먹다가도 울고. 그럼 나는 홧병나 뒤지겠는데 또 같이 눈물이 나. 눈탱이 밤탱이가 되어서는 출근을 하고.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나 시험인데. 이제 시험인데. 저번주에는 할아버지도 쓰러지셨다. 왜그래 왜 나한테 왜그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왜 내 인생 나만 잘 살아서는 안되냐고 나 진짜 열심히 사는데 나 정말 열심히 사는데 왜 나한테 이지랄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