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는다면 내 주변이 어떨까 많이 힘들까 변화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지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뭐겠어. 나 이제 그런 거 생각도 나지 않고 그만 살고 싶다는 말만 맴돌기 때문이야. 이렇게 개같이 고생해도 남는 게 없어. 엄마한테 아빠한테 할아버지한테 전화 올 때마다 철렁해.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일이 터지고 어디 아프고 저번 병원비도 아직 다 못 갚았는데 또 입원하고 또 일 터지고 또 입원하고
내 이 마음을 누구한테 털어놓고 누구에게 누구에게 누구에게 말을 할까. 어제는 다리 앞에 서서 울고 있는 나를 상상했어. 누가 나를 말려줄까?
어제는 또 눈물이 나더라. 나 왜 이러지 생리한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열받을 시기는 아닌데 왜 이러지 하면서. 나는 아파도 참아가며 이 악물고 사는데 진짜 쟤는 돈 쓰는 거 너무 쉬워서 웃음이 나더라고?
내가 달에 1/3을 아프다고 뒹굴어도 병원 한 번 가라고 약이라도 먹으라고 한 적이 없는데 무슨 군대가 죽으러 가는 곳도 아닌 걸 한약을 먹여 것도 내 카드로. 나는 있지도 않은 면허를 따라고 내 카드로 학원 등록을 하고 나는 가지도 않았는데 나는 사주지도 않았으면서 철마다 때마다 옷을 사줘라 신발을 사줘라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가질 수 없었던 것들. 그래 너는 나처럼 그렇게 살지 말아라 해서 좋은 것으로만 사주고 수능 쳤다고 선물 사줘 졸업했다고 선물 사줘 입학했다고 선물 사줘 성년의 날이라고 선물 사줘 사줘 사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들어보지를 못 했는데 내가 왜 사준지 모르겠대 왜 잘해준지 모르겠다는 말에 티끌이라도 남아있던 정이 다 떨어졌어.
길 가다 마주치면 알은체도 안 하고 지나가는 놈 뭐가 이쁘다고 개지랄을 했담? 모든 게 다 내 자기만족이라는 새끼한테 내가 뭘 바랐는지 몰라. 남들처럼 끈끈한 남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 해본 적도 없고. 진짜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 알 게 뭐야. 가서 죽어버리든 말든 내가 알게 뭐야.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숨이 막히고 접시 물에 코 박고 죽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해야 할 일 열 가지를 적었는데. 아주 간단하고 아주 사소한 일들. 이를테면 종량제 봉투를 사서 쓰레기통 비우고 돌돌이 사 오는 것, 자격증 결제하는 그런 아주 간단한 일들인데도 나 잊지 않으려 사진 찍어서 배경화면에 해두었는데도 일을 자꾸 미루게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고 이렇게 한 달이 지나버렸어. 나 진짜로 조금 이상한 것 같아서 병원은 내가 가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남한테는 이상하다 생각이 들면 아픈 것 같으면 병원 가라고 별거 없더라고 말하지만 정작 내가 가려니 너무 무서운거야. 병원 다니는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니야. 나는 가자마자 무슨 말도 못 하고 울 것만 같거든. 그럼 어떤 처방을 내릴 수 있겠어.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아. 뭔가 해서 이뤄낸 것이 하나도 없어. 나는 왜 하는 것마다 왜 이렇게 풀리지 않을까. 나 남한테 못되게 한 적도 없고 당하면 당했지 지랄하지 않았다고. 나한테 다들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