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6월은 엉망진창으로 살아야지 생각했는데 엉망도 진창도 아닌 날들의 연속이었다.
갖고나갈 노트를 찾다 예전에 쓰던 로이텀을 찾게 되었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생각들이 너무 기막혔다. 그리고는 생각했어, 여기에 뭔가 쓰기 시작하면 지금도 그때만큼 엉뚱한 생각들이 튀어나오게 될까 싶어서 나 로이텀을 사들였네.
가끔 드는 생각은 예전에는 몇 시에 일어나서 어떤 걸 했고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몇 시에 잠들었는지 하는 것들이 궁굼하다는 것.
책꽃이를 뒤적이다 고1때 쓰던 일기장을 찾았는데, 07년이라 적혀있더라고. 아 벌써 그렇게 된거구나 싶어서 한숨이 나왔어. 근래엔,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 심통이 나 있었고. 못난이처럼.
조급함을 단 1그람도 느끼지 못 했다는 것은 거짓말일 테지만 그만큼 안돼서 죽을 것 같고 그렇진 않았어. 난 내가 잘 될거라는 생각을 깔고 살아왔는데, 내 생계를 짊어지지 않아도 괜찮은 나이다 하면서 너무 안일하게 외면하고 있던 것 같다.. 당장 피부로 느껴지는 두려움에 나는 더 쫄았고 겁 먹었어. 그래서 내가 어떤 어른이 될 수 있을까.